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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매일같이 청소하고 잘먹여 건강한 한우만 키워”

한국축산에 부는 신바람, 한농대 졸업생이 이끈다
전북 정읍시 한우농가 이치훈 대표/축산학과 2006년 졸업

 철저한 소독 물론 사료에 발효제 섞여 먹여

 덕분에 분뇨냄새 줄고 깨끗한 환경유지 효과

“경매 통하지않고 직거래로 제법 좋은값 받아”

 

 

소득이 오르면서 너도나도 ‘좋은 먹거리’를 찾는 세상이 되면서 ‘생산지’나 ‘친환경’을 따지는 것은 상식이 됐다. 뭐니 뭐니 해도 ‘한우’는 그 중에서 최고다. 맛 좋고 안전한 한우를 먹기 위해 사람들은 돈을 아끼지 않는다. 

 

전라북도 정읍시 외곽에 위치한 이치훈 대표의 한우농장은 6,600㎡ 규모로 400마리의 소가 자라고 있다. 마을과는 좀 떨어진 들판에 지어진 축사는 규모에 비해 분뇨 냄새가 심하지 않았다. 두 곳에 여러 칸으로 나뉜 축사에서는 크고 작은 한우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었다. 


이치훈 대표가 한우 사육을 시작한 것은 13년 전이다. 처음 번식우 5마리로 시작해 어느새 400마리로 늘었다. 타고난 근면함과 성실로 이뤄낸 성과다. 사육하는 한우가 400마리에 달하니 분뇨가 쌓일 법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매일같이 청소하고 왕겨를 깔끔하게 깔아 놓고 있어 축사에서 특유의 분뇨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이 대표에게 나름의 성공을 이루기까지의 비결을 물었다. 이 대표는 “그저 자주 먹이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최선이다”라며, “평소 축사에 대한 철저한 소독은 물론 한우에게 제공하는 사료에 발효제를 섞어서 먹입니다. 덕분에 소들의 분뇨에서 나는 냄새를 줄일 수 있고 매일같이 분뇨를 치워 더 깨끗한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풍요한 옥토와 깨끗한 물이 있는 청정지역 정읍에서 나는 모든 농산물은 땅에서 나서 땅으로 돌아가는 환원순환농법에 의해 친환경으로 재배된다. 이런 깨끗한 환경과 자연친화적인 사육 여건 속에서 통보리·녹사료·한약재를 먹고 자란 정읍 한우는 육질이 단단하고 빛깔이 뚜렷해 그 신선함이 눈으로 확인될 정도다. 이 대표는 “경매를 통하지 않고 직거래로 제법 좋은 값에 팔린다”고 자부심을 은근히 내비쳤다.
대부분의 청년 농업인이 그렇듯 이 대표 역시 농사를 짓는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일반 대학에 진학했었지만 재미도 없고 비전도 없어 보여서 아버지와 새로운 진로를 상의했다. “아버지는 원래 논농사만 지으셨어요. 그런데 ‘소를 키워 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요.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려고 농업기술센터에 들렀다가 한국농수산대학을 추천해 주셔서 진학하게 됐습니다.”

 

소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이 축산학과에서 한우전공을 택했다. 이 대표는 “실습 때 처음 소를 봤다”는 말과 함께 소가 뛰어오면 무서워서 도망갈 정도였다”며 웃었다. 왜 그렇게 무모한 선택을 했는지 묻자 “논농사와 연계해서 가장 이상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소”라는 답이 나왔다. “축사에서 나온 퇴비는 논에 뿌리고, 논에서 나온 조사료는 축사에서 쓸 수 있었죠. 제가 대학 시절부터 얻은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우를 키우긴 했지만, 아버지께서 퇴비와 조사료 순환 면에서 뒷받침을 잘해 주셔서 마릿수를 빨리 늘릴 수 있었습니다.

 

 

이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2011년의 ‘한우 파동’을 들었다. 한우값은 연일 곤두박질치고 출하마저 불안정했다. 이 대표도 이때 너무 힘들어서 심각하게 폐업을 고려했다. 당시 폐업을 하면 1억원 정도의 보상금이 나왔다. 달콤한 유혹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와 상의한 끝에 오히려 정반대의 길로 나아갔다.

 

“그래도 있는 기반을 유지해야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엄청 고민하다가 되레 빚 6억원을 냈죠. 이때 그동안 위탁받아 키우던 소를 다 정리하고 번식우를 160마리가량 샀습니다. 그것이 현재의 400마리를 유지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죠.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저한테는 딱 맞아떨어졌던 셈입니다.”
이 대표가 현재 키우는 400마리 가운데 새끼를 낳는 번식우만 220마리나 된다. 비육우에 비해 출산 등의 일거리가 많아져서 3년 전부터는 외국인 노동자 2명을 고용하고 있다. “10년 정도 혼자 하다 보니 지치더라고요. 처음엔 농장장급으로 한국 사람을 구하려고 했는데 다들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더군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이 대표는 “올해는 힘들 것 같고 내년 안으로 1,000마리까지 마릿수를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300마리를 수용할 축사는 다 지어졌고, 가을이나 내년 봄 즈음 철근값 동향을 봐서 결정할 생각”이라는 추가 설명이 이어졌다. 

 

이 대표가 기르는 소는 경매를 하지 않는다. 대개 축산 농가들은 소를 길러 도축을 하고 등급을 받아 경매에 부친다. 그래서 경매가가 농가의 수입원이 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 방식을 따르지 않고 있다. 자체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조합들과만 철저하게 직거래한다. 그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가격도 경매에 부쳐지는 것보다 잘 받는다.

 

이 대표의 열정은 주변 한우 농가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요즘도 일주일에 하루는 한국농수산대학에 방문해 온종일 강의를 듣는다. ‘공부는 평생하는 것’이라는 신념에서다. 그러면서 “교수님들은 불편해하시는 것 같아요. 나이 먹은 학생이 떡하니 앉아 있으니”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말이 학생이지 실은 이 분야의 베테랑이자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아니던가. 인터뷰를 마치면서 “요즘 한우값이 너무 비싸 먹기가 힘들다”고 투덜대자 이 대표가 정색을 하며 말을 받았다.

 

“한우 비육우 1마리를 30개월 키워서 시장에 내어 평균 1,000만원에 팔아도 송아지값 400만~450만원과 사료비 400만원, 그리고 톱밥료·전기요금·인건비 등을 제하면 100만원도 남지 않는 게 한우 농가의 현실입니다. 게다가 구제역이라도 발생하면 멀쩡한 소도 마리당 2만~3만원 밖에 남기지 못합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우가 비싼 게 아닙니다. 한우 많이 드셔 주세요!”
<자료제공=한국농수산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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